15번째 쓰는 목회 서신
15번째 쓰는 목회 서신
사랑하는 팔로마한인교회 교우 여러분께,
얼마나 세월이 빨리 흐르는지 4월도 마지막 주간입니다. 잘 지내고 계신가요? 팬데믹이 시작된 지 이제는 1년이 넘어 갑니다. 거리 두기를 하고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고 들어오면 손을 열심히 씻는 등 새로운 일상이 아주 익숙해졌습니다. 교회 모임에 대한 제한이 많이 풀리다 보니 이제는 실내 예배 시 정원 제한도 없어졌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우들 중에 백신 접종을 하신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현재 주일 대면 예배에 70~80분 정도 참석하시고 온라인 예배로는 40여 가정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새벽기도에는 대면 예배로 10분 정도 매일 참석하시고 온라인 예배로는 12~15분 정도 참석하십니다.
백신 접종하신 분들은 교우들과 함께 만나 하나님께 예배드리시기를 원합니다. 만남의 방법은 시대에 따라 변화되어왔습니다. 조선시대 양반집 문 앞에서 소리치는 ‘이리 오너라’부터 시작해 펜으로 정성들여 쓴 마음을 전달하는 펜팔시대와 유선전화 시대가 있었는가 하면 문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아날로그방법이 사라지고, 그야말로 똑똑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와 같은 디지털 온라인을 통한 ‘접속시대’가 되었습니다. 즉, 땀을 흘리며 걸어가서 만나든지, 아름다운 글씨체로 편지를 쓰기 위해 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정성과 노력이 필요했었는데, 지금은 손가락 한 번의 터치로 만남이 이루어지는 접속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나만 아는 비밀번호를 입력함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가상공간 속에서 관계가 맺어지는 시대입니다. 이메일을 비롯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톡 등 접촉의 방법과 효능이 더욱 발전해가고 있는 가운데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시대는 생명의 만남이어야할 예배조차 접속을 통해서 진행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기독교신앙은 접속이 아니라 접촉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실제적이고 전인적인 접촉이 이루어는 희열이 복음 속에 담겨있습니다. 죄로 인해 하나님과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을 구원하는 방법으로 그 분이 결정한 방법은 ‘인격적 만남’이라는 방법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성육신(incarnation)하셔서 직접 접촉하는 방법을 선택하셨습니다. 온라인 접속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오늘도 주님은 우리와 직접 만나기 원하십니다. 접속이 아니라 접촉을 원하십니다. 지금도 찾아오셔서 우리의 마음 문을 두드리십니다.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들과 드디어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접촉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 분의 음성에 귀가 열리고, 그 분의 눈빛에 가슴이 뛰기 시작하고, 그 분의 터치에 온몸이 따스해지는 놀라운 접촉의 은혜, 그 은혜의 강으로 들어가야 할 때입니다.
접촉이 실제적 만남이라면 접속은 가상의 만남입니다. 막내 딸이 아들을 낳았을 때 한 달 만에 방문했지만 사위가 워낙 조심하다보니 안아 볼 수 없었고 마스크를 쓰고 문쪽에서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6개월 만에 접종을 마친 후에 비로소 손자를 안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영상통화를 통해 온라인 ‘접속’으로 보다가 막상 품에 안고 볼을 비비는 신체적 ‘접촉’의 만남은 온라인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을 주었습니다. 웅장한 나이아가라 폭포나 Yellow Stone Park, Grand Canyon를 Youtube를 통해 얼마든지 자세히 그리고 생생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방문하여 마주 대할 때 느끼는 감동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오프라인 대면 예배와 온라인 예배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순서에 따라 예배를 드린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습니다. 온라인 예배를 드려도 예배를 드린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 전에 나와 교우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 것과는 같을 수는 없습니다. COVID-19으로 인한 상황이 어렵지만, 인터넷 공간에만 머무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그리스도의 몸답게 지혜롭게 모여 영과 진리로 예배를 드려야 합니다.
팬데믹이 일 년을 넘어가면서 신앙생활이 자칫하면 항해 대신 표류 쪽으로 가기 쉽습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편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대면 예배에 참석하려면 화장을 하고 옷을 차려 입어야 하고 교회를 다녀와야 합니다. 그런데 온라인 예배를 드리면 예배 시간에 맞추어 YouTube에 접속하기만 하면 됩니다. 복장에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편리하다는 이유로 백신 접종을 했는데도 집에서 그냥 예배를 드린다는 분들이 생깁니다. 그런 자세로 지내다 보면 신앙생활이 나태해지기 쉽습니다. 신앙이 자신의 삶에 대한 주권적인 하나님의 명령이나 헌신적인 제자로의 부르심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평안과 위로를 주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신앙이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질서와 의미를 제공하는, 강렬한 개인적 헌신이 필요한 무엇이 아니라, 단지 일반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당연한 삶의 한 측면으로 전락될 수 있습니다. 교회 참여를 그들의 삶에서 바뀔 수 없는 근본이 아니라 다른 우선순위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혹시 우리가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까? 주님과 주님의 몸 된 교회 중심의 신앙이 삶의 가장자리로 밀리고 있는 것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코로나 이후의 교회와 신앙, 목회적 현실에 대한 많은 염려가 있습니다. 포로기 이스라엘 백성들이 마치 본향 예루살렘을 사모하듯이 이 극한 염병이 지나고 나면 반드시 자신과 가정과 자녀들은 더욱 잘 영적으로 무장되어 주의 몸 된 교회로 돌아갈 것을 사모하며, 이 어려운 시기를 지혜롭게 지나가야 합니다.
환우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윤성희 집사님은 육종 제거 수술을 받으셨는데 현재 radiation therapy를 받고 계십니다. 희자 헤밍 집사님도 척추 수술 후에 재활 병원에서 재활 중에 있습니다. 김선영권사님, 김종호장로님, 김영길장로님, 김현욱목사님, 채공주집사님, 유경희사모님의 회복을 위해 계속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귀한 부모를 갖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시다. 어버이 공경은 감사로 나타나야 합니다. 자녀들을 위해 희생하신 부모님들께 감사를 드립시다. 그동안 자녀들을 사랑으로 양육해 주심에 감사를 드립시다. 귀한 자녀들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시다. 자녀들은 주께 하듯 부모를 공경하고 섬겨야 합니다. 부모들은 자녀들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경건한 자손으로 키워야 합니다. 하나님을 잘 섬기고 이웃을 잘 섬기려는 자세로 교우들이 속한 가정마다 화평과 희락이 충만하시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은 시대와 환경을 떠나 당신의 몸 된 교회를 위해 헌신하는 이들을 사랑하십니다. 종말이 가까울수록 모이기를 힘쓰라고 말씀하십니다. 팬데믹 기간에도 하나님께서는 변함없이 일하고 계십니다. 교회 또한 계속해서 멈추어 있지 않고 일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COVID-19을 넘어서는 역동적인 힘으로, 팬데믹 이후에 후회와 탄식과 핑계와 침체가 아닌, 힘 있는 간증을 하는 복된 교회로 주님 앞에 세워져야 합니다.
저는 교우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아직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분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 받으시고 7월 둘째 주일에 있는 26회 창립주일부터 온 교우들이 함께 대면 예배를 드립시다.
“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 이로써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엡 6:1-4).
4/27/2021
서명성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