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위 메모리얼 클리닉
Author
관리자
Date
2010-03-2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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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선교 동역자 여러분께,
지금은 우기철의 막바지 무렵입니다. 초기에 충분한 비가 왔어야 했는데 금년에는 너무 적은 비가 내려 작황이 예년에 비해 몹시 적을 것으로 모두들 걱정하고 있습니다. 한 해에 한번 하늘에서 내리는 비로 옥수수를 재배해서 전 국민이 먹고 사는 것을 생각하면 우기철의 적절한 강수는 수천 수만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라 한편으로 보면 아슬아슬한 모험이 매년 계속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건기철에도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요. 관개를 통해 농사를 지으면 필요한 때에 충분한 물을 댈 수 있어 우기철보다 훨씬 많은 수확을 거둘 수가 있는 장점도 있는 것입니다. 이제 4월이 되면 건기철 농사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건 일단 그 때 걱정하기로 하고 당장 코 앞에 닥친 문제를 보고 드리고 기도 요청을 해야 하겠습니다.
지난 3월 1일에 이윤상 메모리얼 클리닉(이윤상 기념 진료소)가 개원 예배를 드리고 2일부터 정상적인 진료업무에 들어갔습니다.
추장들과 마을 주민 여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재소자 성가대가 이층 베란다에서 부른 특송까지 곁들여서 멋진 시작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예수님의 뒤를 그대로 따라서 살려고 노력하는 차원에서 주께서 영육간의 필요한 것을 채우시고 영육간의 병든 것을 고치신 것을 따라 범죄로 생활하던 자들을 남에게 유익을 끼치는 자들로 교정교화하고 또한 육신의 병으로 고생하는 자들에게 치유의 선물을 주는 일이 이 자리에서 이루어지게 됨을 주님께 감사 드린다고 간단한 인사말을 전했습니다. 또한 주는 자로 남아서는 복을 받을 수가 없으니(행20:35) 200콰차(한화로 약 1200원)의 치료비를 한 시간의 지역사회 봉사 내지는 이웃에게 바치는 섬김의 노동으로 바꾸어서 갚아야 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9개 마을의 8,000여명을 대상으로 하는 진료소이기에 매월 말이 되면 각 마을마다 진료비 총액과 그것을 200으로 나눈 섬김의 시간을 마을의 추장들에게 전달할 것입니다. 이 시간만큼 마을의 개선과 어려운 이웃을 위한 섬김에 지역주민이 동원될 것을 요구하고 만일 이런 요구가 무시되면 그 마을 주민은 우리 진료소를 찾을 수 없게 할 수도 있다고 ‘위협’을 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돈이 이미 진료소 건축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의료기기와 약품을 마련하는데 역시 저희로서는 거금이 투입되었습니다.
위의 사진과 같이(사진은 갤러리에 있음) 거의 폐허로 방치된 건물의 안과 밖을 말끔히 손질하고 전기를 넣고 이층을 만들고 화장실까지 갖춘 버젓한 건물로 만드는 일에 재소자들과 한국에서 오셔서 수고한 이형석, 이석렬, 최치환, 허인회 군의 노력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2일(화) 아침이 되니 아직 진료업무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인데 사람들이 몰려 오는 것을 보고 기쁨에 앞서 더럭 겁이 났습니다.
지난 해 10월 말, 캐나다 토론토에서 오신 의료선교팀이 같은 장소에서 약 일주일 의료봉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 왔는지 아침 일찍부터 완전히 어두워진 밤까지 잠시도 쉴 틈 없이 환자를 보았던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그 때야 한주간이니까 견딜 만도 했고 또 선진국에서 온 의사들이 치료한다니까 기대감을 가지고 많이 왔을 거라고 여겼습니다. 반면에 우리 진료소는 말라위 현지 의료인이 주 업무를 보고 일년 열두 달 진료가 계속될 것이니까 그 전처럼 몰려오지는 않을 것이고, 너무 손님이 없으면 기왕 나가는 인건비가 좀 아깝겠다 싶기도 했는데 그건 완전히 착각이었던 것입니다. 첫 날 하루 아직 익숙지도 않은 행정체제 속에서 무려 135명의 환자를 보았습니다. 상당수가 말라리아 환자였고 아이들의 경우, 기침과 고열과 설사, 노인들은 혈압에 문제가 있는 자들이 많았습니다. 아직 상처 치료 담당자를 훈련시키는 과정에 있는데 마침 찢어지거나 다쳐서 오는 환자가 없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하루 종일 이렇게 사람들이 기다려야 했고 위의 오른쪽의 사진(나눔의 갤러리에 사진이 있음)은 밖은 완전히 어두워진 저녁 7시에도 수고하고 있는 간호사와 잠이 들어 버린 아기를 안고 있는 환자의 모습입니다.
마침 3일이 말라위의 최대 국경일 가운데 하나인 Martyr’s Day이어서 12시간 이상을 일한 의료진들이 첫날 과로를 좀 풀 수 있는 틈을 얻었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새벽 재소자 새벽예배로 가면서 보니 아직 채 밝기도 전인데 열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진료소 앞에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이 앉아 있는 것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 오늘도 진료소를 여는구나 하고 몰려 올까봐 일단 이들을 진료소 안의 대기실로 이동시키고 문을 닫은 후 간호사 집에 가서 기왕 온 환자들이니 아무리 휴일이라고 해도 좀 나와서 봐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인근에 진료소가 없다는 것을 몇 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된 것은 제가 암만 닥터 킴이라고 불리어도 교도소 사역자라면 몰라도 병원의 닥터가 아니기 때문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은 탓이겠습니다.
저희 사역현장에서 포장도로까지는 양쪽으로 두 개의 시골길이 있는데 하나는 7킬로이고 다른 하나는 10킬로미터입니다.
이 길을 그 동안 정말 수도 없이 다녔는데 그 노상에 진료소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지금이야 새삼 알게 된 것입니다. 반경 10킬로미터에 거의 만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비교적 밀집주거지역이 어찌된 영문인지 완전히 의료혜택의 사각지대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진료소가 꼭 필요한 곳에 저희를 통해 여셨구나 하면서도 아직은 익숙지도 않고 제가 이 분야에는 거의 문외한이라 염려가 많이 됩니다. 아직은 진료소를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이 마련된 것이 거의 없어 저로서는 솔직히 이게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이지요.
이번에 겸사겸사해서 한국에 3월 7일부터 23일까지 방문하게 되는데 이 기간 중에 좋은 후원체제가 마련될 수 있는 은혜를 입도록 여러분의 기도를 간절히 요청합니다.
여러분의 기도에 교도소의 농사, 교육 등등 기존 프로그램들을 위한 것 이외에 아직 학교건물이 없어 지붕만 있고 벽이 없는 구조물 밑에서 땅바닥에 앉아 무릎에다 공책을 놓고 받아 쓰며 공부하고 있는 350여명의 초등학생들이 버젓한 학교건물 속에서 책걸상에 앉아 공부할 수 있는 길도 열 수 있도록 기대해 주시기 부탁 드립니다.
며칠 전 주일 재소자들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역사상 지구에 살았던 모든 수천 수백억 사람들 가운데 오직 너 혼자만을 하나님께서 구원하시기로 작정하시고 그러기 위해 당신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셔서 십자가에 달려 너 하나만의 죄 값을 대신 치르게 하셨을 거라고 믿느냐?’ 이 질문에 “아멘! 믿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없다면 예수님은 네 개인의 구세주 되심을 아직 모르는, 즉 아직 구원에 대해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서 ‘조금 아까도 우리 200여명이 통성으로 기도했는데 하나님께서 너의 기도 목소리를 들으실 때는 다른 모든 소리의 볼륨을 끊으시고 너의 기도만을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셨다는 것을 믿느냐?’ 세상에 하나님 믿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데 우리 각자가 기도할 때는 하나님께서는 다른 아무 소리로부터 방해 받지 않으시고 한 자도 빼지 않고 우리의 기도를 놓치지 않고 다 들으시는가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이것도 “아멘! 그렇습니다”라고 대답이 되어야 진정으로 하나님과 대화하는 것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에는 낭비라는 개념이 없는 것 아닙니까? 이런 의식이 결여된 가운데 드리는 기도는 과연 하나님께서 내 기도를 듣고 계시는가 하며 막연하게 중얼거림으로 끝나는 기도 아닌 기도가 된다고 봅니다.
그러면서 이번에 한국에 잠시 나갔다 오는데 저를 위한 중보기도를 믿음 속에서 해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여러분께도 동일한 심정으로 기도 부탁을 드립니다.
당면한 과제는 오는 4월 중순부터 건기철 농사를 시작합니다.
특별히 이번 우기철 농사에서 얻게 될 수확이 예년에 비해 턱 없이 적을 것이기에 굶주림의 문제가 심각할 것입니다. 교도소도 그렇지만 고아원이나 병원 등은 크게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디젤 엔진으로 양수기를 돌리는 것이 비용도 많이 들 뿐더러 잦은 고장으로 멈추게 되는 일이 많아 금년부터는 어떻게 하든지 전기동력으로 양수기를 돌려야 할 형편입니다. 그러자면 전기선 설치 및 전기모터 구입 및 설치에 드는 초기 투입자금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바 대로 지역 초등학교의 건축이 시급합니다. 이미 마을 측에서는 10만장이 넘는 벽돌을 구워 놓았습니다. 벽돌과 모래와 인력동원은 마을 측에서 하고 사랑의 곡식 측에서는 양철 지붕자재와 목재, 시멘트, 전기가설, 수도시설, 화장실 등 현금이 필요한 부분을 맡아야 할 형편입니다. 1학년에서 8학년까지 총 학생 400여명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건축비용은 약 5,000만원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저도 믿음으로 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그래 주시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 드리며 이만 줄입니다.
2010년 3월 4일 오전, 말라위 마칸디 선교현장에서 김용진 올림
아마 매일 아침 동틀 무렵 진료소 문을 열기 두 세 시간 전부터 와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런 광경을 보면서 재소자 새벽기도회에 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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