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소식

김용진 선교사 5월 선교보고

일반
Author
관리자
Date
2010-05-2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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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께 은혜를 입은 형제 자매님들께 멀리 말라위에서 문안 인사를 드립니다. 거의 매일 비가 오고 무더웠던 시기가 지나고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하지만 낮에는 따끈한 햇볕이 내리 쪼여 일년 중 가장 적절한 시기에 학교 공사를 하게 되어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새벽부터 정오까지 한창 일할 때는 구름이 잔뜩 끼여 있어 선선해서 좋았고 점심 이후에는 뜨거운 햇살 속에 시멘트가 금방 말라 아침에 쌓아 올린 담장 위에 당일로 지붕을 씌울 수도 있었습니다. 세세한 부분까지 주님께서 간섭하시고 도우시는 것을 그 동안 여러 차례 느꼈습니다. 4월 12일 첫 삽을 뜨는 행사를 할 때에도 정작 시작할 시간이 가까웠을 때 하늘이 어둡고 비가 떨어질 것 같아 초조해져서 여기 사람들 느릿느릿한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웃지 않고 그냥 있어도 무서워 보인다는 제 얼굴 얘기를 들은 바 있어) 억지로 미소를 띄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중에 파란 하늘이 작은 구멍으로 시작하더니 점점 사방으로 바람에 밀려 넓어지면서 행사 도중에는 상공에 직경 약 5킬로 정도 될 파란 하늘의 축복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저 혼자 연신 하늘을 쳐다 보고 또 올려다 보고 있었지요. 벽돌을 한 장 한 장 빗어 약 6만장을 쌓아 올린 거대한 오븐에 불을 24시간 쉬지 않고 땠습니다. 금요일 오후에 성냥을 그었고 토요일 저녁부터 식히기 시작해서 사람들 얘기로는 빠르면 수요일이 되어야 겨우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주일 저녁부터 기온이 급강하 하더니 밤 새도록 가는 비가 내려서 월요일 아침에 꼭 필요한 때에 벽돌을 쓸 수 있게 되었던 것도 제게는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공사장 감독이나 건축업자가 저를 힘들게 만들기 시작할 때는 그들이 멍청한 실수를 저지르게 되어 이내 제 앞에서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게 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공사가 일차적으로 마치려면 거의 일주일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 세밀하게 인도하신 주님께서 마무리까지 책임져 주실 것을 믿습니다.

공사장에 가만 앉아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진행된 일들을 한번 되새겨 보았습니다. 금년들어 매일 5시 반에 새벽기도회가 시작된 것이 저로서는 가장 뜻 깊은 일입니다. 오늘 새벽에도 그 동안 예배 인도자 역할을 오래하던 사람이 오늘 부로 출소하게 되었는데 그와 함께 10인조 중창단에 소속된 재소자들이 이 자를 떠나 보내면서 마지막 중창을 멋지게 했습니다. 그 친구 역시 함께 어울리어 발 박자를 (돌같이 단단한 굳은 살이 박힌 맨발 한 스무 개가 시멘트 바닥을 치고 문지르는 소리는 들어보지 않고는 상상을 할 수 없는 소리입니다) 맞추며 춤을 추면서 하나님께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형제의 앞날을 지켜달라고 기도의 찬양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3월 1일에 문을 열게 된 진료소를 위한 건축 공사와 각종 집기 및 의약품 준비 과정이 스쳐갔고 3월에 한국에 잠시 나갔다 온 다음에 4월 중순에 시작되어 5월 말까지 말라위 건축 역사에 남을 만한 초고속으로 진행된 초등학교 신축공사까지의 크고 작은 일들이 떠올려 졌습니다. 이제 5월 30일에 소 한 마리를 잡고 벌리는 일차공사 완료 축제를 주님 앞에 드리고 6월 1일부터는 그 동안 건물 없는 학교에서 공부하던 400여명의 어린이들이 깨끗한 자기 교실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새벽기도회와 진료소 그리고 초등학교 신축 이 세 가지가 2010년도 상반기의 중점 사역이었습니다.

2010년도 후반기에는 어린이 영양식 및 사료를 제조하는 공장을 세워 가동을 시키고 그 동안 오랫동안 기다렸던 양계장을 시작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농사는 제가 있는 마칸디 교도소에서는 작년보다는 다소 축소된 분량의 농사를 짓고 그 반면에 용량이 대단히 큰 양수시설을 미국 (혹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실어 오도록 하여 마캉가 교도소의 거의 백 만평에 육박하는 거대한 농지를 말라위 농업국과 협력하여 개간할 예정입니다.

시역 가운데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람으로부터 오는 것이지요. 약속을 뻔히 어겨도 그저 아엠쏘리 하면 그저 넘어갈 것으로 믿는 사람들의 계획된 거짓 약속 같은 것이 그렇고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도 그저 너무 예사로 하는데 아직도 저 혼자만 안달을 하고 있는 처량한 모습을 자주 봅니다. 어제도 길가에서 그것도 차 안에서 꼬박 두 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일 이분 후에 도착한다는 말을 믿은 제가 어리석었다고 해야 하겠지요, 그 다음에는 아예 저의 독촉 전화를 받지 않았고요. 그냥 가버려? 한번 맛을 보여줘? 미니 버스 타고 자전거 뒤에 매달려 공사현장에 오도록 냅둬? 설상가상으로 인근의 고등학교에서 귀가하는 수백 명의 남녀 어린 고등학생들이 길가를 따라 걸어 오다가 제 트럭을 지나가면서 하나 같이 ‘챠이나!’ 또 뭐 흉내도 못 낼 자기들 딴에는 중국말이라고 지르는 괴성을 거의 삼십 분 가량 참고 듣고 있는 것도 기가 찰 노릇이었습니다.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나, 나의 이 수고의 근거가 무엇이고 또 이런 수욕을 언제까지 그리고 왜 참고 있어야 하는가를 잠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나를 힘들게 하고 짜증나게 하며 어떻게 하든지 포기하게 만들려는 사탄의 장난을 보게 되었고 그것보다 더 선명하게 깨닫게 된 것은 내가 주님께 약속을 할 때 뻔히 그 약속은 지키지 않을 수도 얼마든지 있다는 생각도 함께 하고 있었던 저 이지만 주님께서는 그래도 참아 주신 것이었고 또 제가 주님께 만나러 오겠다고 그것도 제가 정한 시간을 번번히 어기고 주님을 기다리게 만들었던 것들이 떠올려 지면서 그래도 이 큰 은혜를 입은 제가 누구를 용서하지 못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어찌나 편해 지던지요. 쏘리 쏘리 하면서 차에 올라 타는 친구에게 그저 연장자로서 가볍게 타이르고 이내 다른 얘기로 화제를 바꾸니 그 친구도 죽을 맛으로 제게 왔었겠지만 금방 얼굴이 살아 기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저 주님께서 하신 일만 바라 볼 뿐입니다.

사진 몇 장을 지난 번과 같이 작게 만들어 보냅니다. 이곳 인터넷 사정상 용량이 크면 업로드를 못하기 때문입니다. 마우스로 끌어다 확대를 하면 화면이 그리 선명치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양해를 바랍니다. 저는 6월 2일에 말라위를 떠나 오랜만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으로서 주의회의 농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계신 분과 협력하여 초중량 양수기를 말라위로 보내는 등의 일을 보고 오하이오주에서 작은 컨테이너를 하나 보내려고 하는 계획을 지니고 미국으로 갑니다. 7월 20일에 다시 말라위로 복귀할 것입니다. 그 동안 숨차게 달리던 저를 따라 오느라고 고생한 몇몇 간부급 사역자들도 좀 휴가를 즐기려면 제가 거기에 없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늘 기도해 주심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바울도 그랬다고 하지만 부족한 저도 그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금 감사를 드리면서 오늘은 여기서 줄입니다.



벽돌과 모래공급은 우선적으로는 주민들의 책임이라 벽돌굽기 오븐을 만드는 일에나 그것에 불을 때는 것이나 새벽마다 순차적으로 트럭에 모래 싣기 등의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들도 하루에 한 시간씩 노동 봉사를 했구요.  



총 다섯 개의 건물 가운데 벽돌 수급의 문제로 좀 늦어진 마지막 건물의 담장이 올려지고 있고 나머지 건물들에는 미화 치장이 시작되었습니다. 건너편 언덕 위에서 찍은 오른쪽의 사진을 보면 이제 공정의 약 85% 정도가 완료된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진료소는 여전히 새벽부터 기다리는 사람들의 장사진으로 시작하고 어제는 특별히 홍역 예방접종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주사바늘로 겁에 질린 애들 모습을 요새 말로 ‘즐감’하세요.



2010년 5월 22일 말라위에서 김용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