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소식

2016년 선교보고 : 말라위 김용진 선교사

Author
JungS.
Date
2016-03-27 00:37
Views
482

주안에서 사랑하는 성도님들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평강 속에 머무시면서 이미 천국의 현실을 누리시고 계시며 말라위를 사랑하시는 여러분께 멀리 말라위에서 안부를 여쭙습니다. 

작년 말에 작성한 선교사역보고서가 몇몇 분들에게는 사무착오로 발송되지 못했던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편지와 함께 다시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말라위는 우기철의 마지막 부분에 있습니다. 작년 우기철 중간에 내린 전대미문의 홍수로 인해 지난해 내내 어려움을 겪었고 그 후유증이 아직도 심각하기만 한데 올해는 반대로 강우량이 너무 적어 주식인 옥수수 알맹이가 영글지 못한 채 농민들은 하루하루 하늘만 쳐다보고 삽니다. 서울에서만 살았던 제가 전혀 몰랐던 사실, 즉 거의 해마다 생겼던 무슨 배추파동이나 돼지파동 등은 기껏해야 마켓 가격이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것 정도로만 알았지, 그 여파가 너무 커서 심지어 스스로 목숨까지 끊기도 하는 농민들의 절망의 깊이를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한해 농사의 귀추가 이곳 힘없는 농촌 사람들에게는 삶과 죽음에 그대로 직결됩니다. 부디 남은 한 달 동안 흡족한 비가 내리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기도에 동참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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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난한 나라에서도 가장 바닥이라고 할 수 있는 교도소에서 하루하루 견디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길게 말씀드릴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고아와 과부를 그 환란 중에 돌아보라”는 명령에 순종하는 사역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스무 곳의 초등학교와 백여 곳의 유아원에 재학 중인 35,000여명의 어린이들이 마칸디 교도소 재소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치콘디 팔라 영양죽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작년 한해 동안만 해도 도합 7백만 그릇의 학교급식이 주어졌습니다. 한편 머리에 무거운 물통을 이고 다니는 방식 대신 물지게를 사용하여 더 많은 물을 더욱 쉽게 나르도록 하여 근육통과 디스크의 고통으로부터 시골 여인들을 돕기 위해 시행되는 물지게 보급 작업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 때의 도적들이 ‘제 손으로 수고하여’ 새끼꼬듯 수초를 엮어 하나 하나 만든 지게로 어깨에 메고 물을 나르는 모습을 시골 밭길에서 이따금씩 보게 될 때 흐뭇하기만 합니다.
며칠 전 좀바 교도소의 재소자 밴드가 취입한 음반이 음악세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그래미상 수상의 문전까지 갔다는 뉴스가 전세계에 퍼졌습니다. 문득 오래전 말라위 사역을 시작할 당시의 생각이 나더군요. 2002년도에 좀바교도소에 사랑의 소리 ‘Sound of Love’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사용하던 키보드와 음향시스템으로 시작된 재소자 밴드가 15년 정도의 세월이 흐르면서 그래미상 후보가 되었다니 감개무량하기만 합니다. 당시 문맹자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현지어 녹음성경을 제작하는 일에 재소자 ‘성우’를 사용하고 배경음악으로 재소자 밴드의 음악을 넣었습니다. 그러던 중 2005년 어느 날 스튜디오에 나온 재소자들이 그날따라 유난히 힘이 없어 보여서 왜 그런가 물었더니 사흘 동안 급식이 끊겨 꼬박 굶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장애인을 돕는 숭고한 사역이라 하더라도 사흘 동안 음식 구경도 못한 자들에게 녹음사역을 시키는 것은 옳지 않게 여겨졌습니다. 그 날 이후로 점진적으로 농장교도소 운영과 기독교 교정 프로그램이 구상 추진되었고 마칸디 마을에 오랫동안 비어 있던 커피/담배 농장 창고건물을 수리하여 2006년부터 출소 전 준비를 위한 기독교 교정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마칸디 교도소가 시작된 것입니다.

“도적질 하는 자는 다시 도적질 하지 말고 제 손으로 수고하여 빈궁한 자에게 구제할 것이 있기 위하여 선한 일을 하라”는 말씀은 좀바교도소에서는 녹음성경 제작을 통하여 문맹자와 시각장애인을 돕는 사랑의 소리 사역의 기초가 되었고, 이어서 마칸디 교도소에서는 사랑의 곡식 프로그램을 통하여 시골 어린이와 여인들을 돕는 사역으로 이어졌습니다. “받는 자보다 주는 자가 더 복되다”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 때문에 비록 열악하기 짝이 없는 마칸디 교도소가 그래미상 후보가 된 것보다 귀중한 것은 세계의 어느 교도소와 근본적으로 달리 남에게 주고 베푸는 재소자들이 살고 있는 교도소이기 때문입니다.

총 30개 교도소에 있는 재소자 12,000여명과 교도관 1,200명이 소속된 말라위 교정당국의 지난 회계연도 내역입니다. 
1. 재소자 주부식, 피복, 공과금 등 제반 교도소 운영경비: $2,266,000
2. 건축비, 시설확충 등 프로젝트 개발비: $666,000
3. 교도관 급여: $2,533,000
4. 도합 $5,466,000. 이를 재소자 인구 12,000으로 나눈 재소자 일인당 교정경비는 $455.5입니다. 순전히 재소자에게 드는 비용은 일년에 188불, 한달에 15불, 하루에 0.5불입니다.

반면 한국의 경우 미결, 기결 수용자 한 명에 드는 비용이 약 $20,000이라고 합니다. 전체 60,000명의 수용자에 드는 전체 교정예산이 $1,200,000,000입니다. 이는 말라위 교정예산보다 220배가 되는 수치입니다. 한 명당 수용비용은 말라위에 비해 44배가 됩니다. 하루에 22불이 드는 것이지요.

미국 50개 주의 평균치에 해당하는 캘리포니아주 교정예산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년에 주정부 교도소에서 일년 이상 실형을 살고 있는 190,000명의 재소자 일인당 $49,500의 비용이 들기에 도합 $9,405,000,000입니다. 여기에는 일년 이하의 단기형을 살고 있는 재소자와 미결수용자와 연방정부 교도소에 수용된 재소자가 빠진 수치입니다. 이는 말라위의 1,720배에 달하는 수치이며 수형자 일인당 비용은 109배가량 됩니다. 만일 미결수용자와 단기형 수형자 및 연방재소자를 포함하면 거의 2,500배가 넘는 비용이 드는 것입니다. 

말라위 대비 한국의 교정예산의 규모는 220배나 되고 미 전역의 교정예산은 말라위의 거의 100,000배가 넘습니다. 재소자 일인당 수용비용으로 보면 말라위 대비 한국 재소자 수용비용은 44배이고 미국은 110배가량 됩니다.

물론 세계의 경제 대국인 미국과 한국의 예산수치를 최빈국인 말라위의 것과 비교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세금을 쓰면서 추구하는 교정목표가 도적질 하는 자들이 다시 도적질 하지 않도록 하는 것에 그치는 것, 즉 재범률을 낮추는 노력에만 그치는 미국과 한국과 같은 나라들의 교정입니다. 반면에 고작 $5,466,000에 그치는 말라위 전체 교정예산의 40분의 1, 즉 일년에 $136,000으로 운영되고 있는 마칸디 교도소에서는 도적질하지 않은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빈궁한 자에게 구제할 수 있도록 수고하여 작년 한해 동안 35,000여명의 어린이들에게 무상으로 200끼의 급식을 제공하고 무거운 물통을 머리에 이고 다니는 수많은 시골 여인들에게 물지게를 선물했습니다. 이 두 제도를 비교하면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한 저희의 사역이 월등히 나은 제도라는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토록 장황한 설명을 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어 그들로 구원을 얻게 하는 귀중한 사역임이 분명하지만 이제 십년 가까이 장기화되다 보니 차츰 관심과 후원의 열기가 서서히 식어지는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의 무상원조 통로인 코이카나 미국의 US AID와 같은 국가적 원조 기관을 통해 후원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되겠지만 저희 사역의 특성 때문인지 여러 차례 시도는 했지만 아직까지 한 건도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한 나라의 국민이 낸 세금으로 다른 나라의 시민에게 형벌을 가하는 장소인 교도소와 관련된 사업에 지원을 하는 것은 국제원조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해석이 지원요청을 할 때마다 번번이 거부되는 이유였습니다. 동정심도 생기지 않고 설령 돕지 않아도 양심에 하등의 가책도 생기지 않는 범죄자를 위한 사랑의 실천은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십자가 복음 외에서는 생길 수 없는 일입니다.

이제 햇곡물이 나오는 5월이 되면 일년치 급식 프로그램에 소요될 옥수수와 콩을 구입해야 합니다. 이제까지 채워주신 주님께서 올해도 은총을 내려 주실 것을 믿지만 나의 “믿음 없는 것을 도와주소서” 고백할 수밖에 없는 제 자신을 봅니다.  

지난 번 보고서가 전달되지 못한 것을 알게 되었고 또 남은 우기철에 비가 순적히 와서 작년과 같은 고통이 다시 발생하지 않아야 하겠고 또 엄청난 곡물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간곡히 기도요청을 하여야 하겠다 싶어 다소 두서없는 선교보고서를 급히 작성했습니다. 오늘도 하늘만 계속 쳐다보게 됩니다. 잔뜩 흐린 구름이 덮여 있고 무덥기 짝이 없지만 비는 내리지 않아 더욱 답답하기만 합니다. 홍수로 인해 너무나 힘든 지난 한 해를 보낸 말라위 사람들이 이번에는 가뭄으로 인해 또 다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다시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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